《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특히 현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 소리, 도구 등을 해석해 출품한 작품들이 전시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참여 작가 중 후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김지수 작가와 자신만의 '픽셀 월드'를 선보이고 있는 주재범 작가를 만나 그들의 예술 세계를 탐색해 보았다.
김지수, <풀 풀 풀 – C Pul Pul Pul – C> 설치 과정 모습
우리 주변의 냄새를 예술이라는 비커에 저장하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주로 자연이나 사람의 냄새에 대해 다뤄 왔는데 이번에는 특수하고 인공적인 공간인 보존과학실과 그 안의 보존과학자의 냄새, 체취를 주제로 삼았어요. 이 공간에서 과연 어떤 냄새가 날지 또 어떤 느낌의 작품이 완성될지 궁금했기에 작업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보존과학실을 여러 번 방문해 보존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냄새를 채집했습니다. 각각의 장소마다 특유의 체취가 있어요. 그 문을 처음 열고 들어갔을 때의 냄새가 여전히 생생하네요.
조각실에서는 거대하고 섬세한 서른일곱 가지 색의 냄새가 났고, 미디어실에서는 견고하게 쌓이고 흩어지는 무중력의 냄새를 맡았죠. 지류실은 새하얀 깃털이 간질거리며 피어나는, 온화하면서도 톡 쏘는 향이 피어올랐고, 유화실에서는 먼 길을 가기 전에 차곡차곡 저장해 놓은 어여쁜 향유의 냄새를 맡았어요. 무기분석실은 번뜩이며 떠오르는 오감의 찬란한 향이 공간을 감쌌으며, 유기분석실은 은은한 투명함에서 오는 날렵한 냄새가 지배했고, 사진실에서는 갖가지 향기 속으로 스며든 우연함이 엿보였어요.
여러 감각들 중 청각, 후각과 시각적 상상력에 집중해 작품 활동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감각이 많이 발달한 나처럼 다른 생명체도 감각을 지니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식물의 감각에 대해 리서치하거나 식물학자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이후 식물과 사람이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인터렉티브 설치를 통해 감각으로 교감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후각이 특히 발달했고, 텍스트나 시각적 이미지에서 자연스럽게 냄새를 떠올리는 '공감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후각은 청각이나 시각 등 주로 다른 감각에 의존해서 표현된다고 해요. 냄새는 만질 수 있거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후각'에 대한 작업을 주로 하게 되었죠.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으로 소환되거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했고요. '순간의 냄새'를 어떻게 하면 간직할 수 있을까? 혹시 전송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속에서 냄새를 드로잉, 영상, 설치로 표현하며 공감각적 전이가 일어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냄새는 만질 수 있거나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보존과학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작품이 완성된 순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보존'이라고 정의한다면, 저의 작업은 그 순간과 현장의 냄새를 간직하는 것이라고 봐요. 냄새를 채집하는 작업을 할 때 '이 냄새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보존하는 것이 작업 내용에서 중요할까?, 나의 사후에 이 작품을 누군가 재현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내용은 어떠한 형식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까' 등을 생각하며 제 작업의 미래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보존과학자 권인철 학예연구사와 함께한 <비물질의 보존과 복원>에 대한 대담 영상 촬영은 저에게 작품의 소장과 보존단계에서부터 복원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해 준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풀 풀 풀 – C Pul Pul Pul – C> 작품 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풀 풀 풀 – C Pul Pul Pul – C>는 전시실 벽 위에 냄새나 체취, 먼지, 바람 등이 흩날리고 부유하는 느낌을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보존과학자의 체취와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채집한 204개의 바이알 병을 설치한 작업입니다. 가끔 이 병에서 어떠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실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에요.(웃음) 각자 냄새를 상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전시가 끝난 뒤 작품은 사라지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에는 각자 상상한 냄새와 이미지로 남아있을 거예요. 그것도 보존의 한 종류 아닐까요.
또한 작업 과정에서 '체취를 채집한다'고 말하자 보존과학자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적극적인 분도 있고, 민망해하거나 본인의 냄새가 어떻게 느껴질지 걱정하는 분도 있었죠. 매일 실험가운을 입고 한 공간에 오래 머무는 사람에게는 특정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보존과학자의 냄새를 채집한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된다면 그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도 그 냄새는 미술관에 간직될 것이기에 흥미로웠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냄새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사람이나 식물, 동물들이 각각 자신의 주관적인 성향으로 냄새를 인식한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죠. 또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냄새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냄새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냄새에 얽힌 사회, 정치,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의 '후각적 상상력'이 굉장히 풍부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있는 주변의 냄새를 킁킁 한번 맡아 보세요.
어떤 냄새가 느껴지나요?
언젠가 저를 만나거나 제 작품을 마주할 때,
지금 이 냄새가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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