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2 김지수 작가와 함께하는 “인간의 시간과 식물의 시간을 보다.”

“식물, 곤충, 동물 등 살아 숨쉬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Dialogue with Plants

식물과의 대화 ⓒJEESOOKIM

안녕하세요. 작가 김지수입니다. 대전에 온지 8년째가 되었네요. 회화와 설치미술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는 것은 생명체, 살아숨쉬는 것들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식물, 곤충, 동물을 많이 접하면서 자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이미지에도 그런 생명체들이 나오고, 자연현상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몇년전부터는 뉴튼, 네셔널지오그라피등 자연, 생명에 대한 잡지, 다큐멘터리 등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어린시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면 아버지가 역사학자신데, 집에 식물을 엄청 가꾸셨어요. 에피소드로는 저희집이 단독주택인데 지하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사람이들락날락하면 어미가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거기에 먹이도 넣어주고,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죠. 심지어 작고 꼬물꼬물한 생명체가 쥐인지 잘 모르고 보살펴 준적도 있어요.

“식물의 시간와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

평소에도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작년 말부터 식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주로 작품에 식물에 대한 것을 많이 표현했었죠. 예전에는 주로 회화로 표현을 했다면 이후에는 조금 변화를 주고 싶어서 설치작업을 많이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작품의 매체를 더 확장하고자 이번에 아티언스에 참여하게 된 거예요. 이번 만남의 주제가 ‘인간의 시간과 식물의 시간을 보다.’인데요. 주제처럼 저희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과 식물의 시간은 그 개념이 전혀 달라요. 식물의 시간에서는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흘러가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식물이 감지하는 시간을 직접 느끼고 싶어서 여러가지 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시작을 했어요. 식물의 씨앗을 가져와서 발아도 직접 해보고요. 손이 닿는 거의 모든 공간에 씨앗을 놔뒀어요. 신기한게 그렇게 24시간 아무리 식물을 보고 있어도 우리 사람들은 그 식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캐치하지 못한다는 점이예요. 오랫동안 씨앗을 관찰해도 그 씨앗이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는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여러분들은 식물에서 싹이나고 뿌리가 나는 것을 직접 생생하게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처럼 인간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식물은 움직이는 거 같지도 않고 반응하는 것 같지도 않죠.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식물을 하찮게 여기기도 해요. 잔디도 그냥 밟고 잡초면 뽑아서 버리죠. 아이들을 보더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식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 빨리 흘러가는 시간으로요. 그런 내용을 이번 아티언스 작품에 담고 싶었어요.

“식물은 반응이 느려서 어려울텐데… 차라리 동물쪽으로 하는 건 어때요? “

아티언스 작품작업을 위해 연구소에 들렷다가 연구원과 학생분들과 밥을 먹었었어요. 그런데 한 분이 왜 하필 식물을 아이템으로 선택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대부분의 연구원분들이 차라리 식물보다는 동물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식물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반응도, 성장도 느려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거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오히려 그런 ‘느림’을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때 다시 한번 제가 왜 식물을 선택했는지 곰곰이 사색을 해봤어요. 초심으로 돌아갔죠. 생각을 가만히 해보니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식물을 밟고 꺽으며 하찮게 여기는 분들에게 식물도 실제로 반응하는 소중한 생명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제게 7살의 딸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들에게도 식물이라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죠.

“박수 치고, 말을 걸어보세요. 엽록체들이 여러분께 반응할거에요.”

현미경으로 여러가지 잎의 엽록체를 관찰하다보면 기분이 오묘해요. 따로 길이 있는 건지 앞의 엽록체를 따라가는 건지 모르지만 엽록체는 보기보다 빠르게 움직여요. 아주 조용히요. 또 자세히보면 초점이 흐린 엽록체들이 앞의 엽록체 뒤에 보이는데 이렇게 얇은 잎의 표피를 가져와서 관찰하는 것인데도 엽록체 앞뒤사이에 층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죠. 관찰을 하다보니 엽록체의 움직임은 계절에 따라 온도변화로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여름에는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겨울에는 느려져요. 물론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겠지만요. 엽록체를 가만히 보다보면 식물의 무한한 생명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요. 엽록체를 관찰하며 식물도 하나의 움직이는 생명체임을 알 수있는거죠.

그래서 그런 식물의 반응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 할수는 없지만 그렇게 느껴지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식물 오브제를 설치하고 박수소리나 말소리로 자극을 주면 앞의 화면에 엽록체가 움직이는 장면이 뜨도록 메인 작품을 구상했어요. 인터렉티브 아트인거죠. 많은 분들이 실시간으로 엽록체가 움직이냐고 물어보시는데 물론 그건아니고요. 미리 녹화된 화면을 소리에 반응해서 켜지게 하는 거예요.

“음악에 춤을 추고, 만지면 반응하는 식물들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식물들”

여러 식물을 보다보면 음악, 소리, 냄새와 같은 자극에 반응하는 식물들이 많아요. 무초는 음악을 들려주면 잎을 움직이면서 춤을 추기도 하고요. 미모사는 만지면 움직이죠. 다른 식물들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요. 직접 키워봐야 더 절절히 느낄 수 있을거에요. 한번 작은 샬레이 씨앗을 넣고 발아하는 과정을 지켜봐보세요. 분명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실걸요? 바로 그 움직임을 느낄 순 없겠지만 저는 꼭 ‘증명’되야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보이지 않는 세계도 분명 존재하죠. 그게 바로 식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에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식물에 정서와 생각 모두 있다고 생각해요.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도 있는걸요? 식물의 내면세계에 호기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드려요! 정말 재밌어요.

“인류, 자연은 공생하는 것일까요? 적자생존하는 것일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주로 식물을 가지고 회화작품이나 설치작품을 만들 때 ‘공생’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여러분들은 사회생활을 하면 할 수록 ‘공생’한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예전부터 현재 우리 사회가 그 공생과는 반대방향으로 간다고 많이 느끼고 있었어요.

일반적인 다윈의 진화론과는 다르게 린 마굴리스라는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는 인류는 공생을 통해 공진화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다윈은 끊임없는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을 이야기한 것과는 대비되는 주장이죠. 저는 이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에요. 공생이야 말로 보다 나은 진화와 발전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사람들은 식물과 공생을 통해서 보다 더 유익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갈 수 있어요.

예전에 딸아이를 출산할 때 생명체를 몸에 지니고 있다가 세상에 내보내는 경험은 저에게 식물에 애착을 가지고 식물을 존중해야 할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데 큰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더더욱 제 딸아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식물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은 거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위해 식물을 활용한 공간디자인을 해주고 싶어요. 식물과의 공생을 통해서 아이들이 식물을 보다 소중히 여기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요. 여러분들 주변에는 어떤 식물이 있나요? 집에 가시게 되면 꼭 씨앗을 발아시켜보세요. 보이지 않는 식물들의 세계가 조금씩 보일지도 몰라요.

바로 그게 ‘공생’의 시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