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작가가 냄새를 수집하면서 써 내려간 시적 텍스트를 10여 권의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여 총 6개의 테마로 분류했다. 순간의 냄새를 포착한 냄새 드로잉 연작과, 지층처럼 켜켜이 쌓인 냄새가 뒤집히고 흩날리는 모습을 표현한 Smellscape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냄새사전
탐미하는 자아 — 향과 에로스
감각하는 식물들
초연결
나의 시적 우주
빛과 침묵
이 책은 지난 6년 동안 쓴 나의 ‘냄새 연대기’다. 내가 감각하는 세계를 무수한 시간과 연동하는 기록이다. 그동안 말로 할 수 없던 침묵의 시간을 작업 노트에 표현한 것 중에서 냄새, 감각과 관련된 글과 드로잉을 엮어 보았다. 6년간의 작업 노트를 여러 차례 훑어보며 “이것이 타인과 사회에 어떤 의미인가?” 수없이 질문했다. 이것은 마치 “내가 느끼는 ‘냄새’와 ‘감각’이 다른 이에게 어떤 흥미인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나는 그저 끌리는 대로, 어떤 냄새가 진동하거나 은근히 코끝을 간지럽히고 내 몸 깊숙이 머물 때, 그것이 내 손에서 나아가 붓 끝에서 터치가 되고, 그 터치가 세계로 흩어져 다른 이에게 다가가는,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작업한다. 아침마다 고양이 춘돌이와 킁킁거리며 인사하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나에게 미세하게 축적되어 다른 동물들과 더 깊이 교감하게 된다. 다른 이들과 맞잡은 손에 닿는 미세한 진동이 나에게 따스하게 배어들고, 그 감각이 쌓여 스스로의 작품을 어루만질 때, 내가 감각하는 세계가 더욱 풍요롭게 표현되고 있음을 느낀다. 물이끼로 뒤덮인 제주의 어느 바닷가에서 진동하는 비릿한 내음이 나의 내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한참 동안 잊히지 않고, 나를 다시, 또 다시 그곳으로 이끌 때, 비로소 내가 무엇을 그리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후, 보이지 않는 감각의 세계를 더 잘 느끼고 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의 냄새에 집중하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생명체의 감정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고, 내가 누구와 맞고 어그러지는지 알 수 있고,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피부의 촉각을 열면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이 순간의 소리에 집중하면 이 세계가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침묵과 고요의 필요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주변 세계로 감각을 열면 자신이 생각보다 많은 감각에 노출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면 더 잘 집중하고, 더 잘 쉬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나는 냄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것을 다른 감각과 연결한다. 무수한 찰나의 순간을 나의 몸에 축적하여 스스로를 도구 삼아 그리고, 끊임없이 만들고 쓰고 움직이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책은 작가가 냄새로 기억하는 후각적 상상의 여정이며 자신만의 경로로 세계를 인식하는 ‘냄새풍경(Smellscape)’이다. 온몸의 감각을 열어 자신과 세계를 ‘하나의 진정한 나’로 느끼며 교감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내밀한 언어를 독자가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으나, 이 책을 읽는 순간은 잠시 이성과 판단을 내려놓고, 온몸의 감각을 열어 자신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껴 보면 좋겠다. 이 세계에서 나와 다른 생명체가 어떻게 감각으로 연결되는지 느끼면 더 좋겠다.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나 혼자만 잘 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나와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매일 나에게 던지는 질문을 독자에게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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