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 흩어진 시간, 시간을 연결하는 ‘숨’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민기

김지수 작가는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에 대하여 자신만의 철학적 사고와 그동안 다양 한 분야의 전문가(식물학자, 사회학자 등)와 교류하며 얻은 과학적 성찰과 예술적 영감, 그리고 자 신의 작업실에서 동식물들의 다양한 생태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재발견한 생태학적 경험을 토대 로 자연과 인간, 생태와 시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모색하는 예술가이자 실험가이다.

작가가 그 동안 천착해 온 예술세계의 주요초점은 예술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자연과 인간의 상호 작용, 관계의 미학, 인지영역 등에 관심을 갖고 예술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는 것에 있다. 특히 인간의 모든 감각을 구성하는 생물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인 관계를 포 함한 이 세계의 모든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것은 과학과 예술,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인간의 개별인식으로부터 출발한 ‘공중정원’에 서 찾아 볼 수 있다.

‘공중정원’은 인간이 시각적으로 익숙한 입방체의 어두운 전시공간에 마치 생명의 근원을 밝혀내 는 다양한 오브제가 복합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작품이다. 먼저 바닥에는 자연생태계에서 있어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끼가 바닥에 놓여있고 그 위에 식물의 생태학적인 근 원을 찾아 오랫동안 그려낸 드로잉들이 나무틀과 함께 공중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뒤늦게 알아차 리게 되는데 그것은 전시장 가득 풍기는 냄새를 감지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이 작품을 일차원적으로 살펴보면 단순하게 자연을 표현한 설치작품으로 볼 수 있겠지만 좀 더 시 간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그동안 수없이 탐구해 온 생명의 근원, 즉 생물학적인 본질 뿐만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 그 동안 이룩해 놓은 심리적, 사회학적인 구조에 대해 또 다른 차 원의 인지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공중에 매달린 나무틀은 실제 나무의 단면을 자르고 그 중 작품에 활용하기 적합한 크기와 형태를 선택하고 그 것을 다시 복제한 것들이 눈에 뛴다. 이 나무의 나이테는 1년에 한 겹씩 늘어나는데 각 층들을 조사하면 그 시기의 주변 환경과 생태를 알 수 있는 자연의 기록을 의미하고 있다. 그 기록에 자신이 얻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그려낸 ‘자연생태 드로잉’과 결합한 것은 나이테라고 하는 자연의 시간에 예술적 경험의 시간을 결합시키고 모든 생명의 진화론적인 생존의 질서 속에 예술 또한 그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한 예술을 자연의 기록과 함께 봉인하듯이 나이테에 숨겨 놓은 것은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인지적 관점을 넘어 식물과 인간, 더 나아가 우주, 지구, 자 연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인간의 과학적 성찰과 지식의 한계를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지수 작가는 식물들이 냄새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최근 몇 년간 식물의 습성과 생태학적인 구조를 관찰해 왔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대상을 인지하고 생존한 반면 식물은 다른 감각(빛, 온 도, 냄새)으로 환경과 반응하며 진화해 왔다. 식물은 지구라는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적 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인간의 감각으로는 알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하고 생존해 왔 다. 그 것이 바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후각으로 미세하게 느끼는 냄새이다. 식물들 마 다 소통하는 냄새의 종류는 우리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할 것이다. 단 그 냄새를 색별하고 분류 하고 체계를 만든 인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관계와 냄새의 종류는 알 수 없다. 단,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의 범위 안에서 추측할 뿐이다.

여기에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예술에 접목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굳이 왜 식물의 냄새 선택했을 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 의문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식물이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생존의 속도 즉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숨 쉬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그렇기 때문 에 서로 아주 긴 시간동안 공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감성과 남다른 감각으로 경이로운 자연에서부터 아직 풀리지 않은 생 명의 실체까지 연결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상호관계를 찾아 예술가적인 작가의 사유로 끊임없이 추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연이라는 같은 환경과 시간에서 생존하기 위해 각 자 다른 속도로 진화해 온 식물과 인간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속도의 차이는 결국 어느 차원 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중정원’이라는 시공간을 만들어 냈으며 그 속에 각기 다른 숨을 느끼도록 자연적인 식물과 인공적인 오브제를 섞어 놓았다. 그리고 매번 바뀌는 전시공간에 따라 다르게 감 지되는 다양한 냄새는 시공간의 틈을 몽환적으로 흩트려 놓고 경계를 허물고 확장시킨다.

김지수 작가가 지금까지 인간과 식물의 생물학적 관계를 냄새, 생태드로잉, 조명과 디스플레이 등 을 통해 생명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모든 경계에 흩어진 시간을 연결하는 ‘숨’으 로 이 세상을 모든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의 실체를 확인하는 방식에 있어서 인간의 관점에서 모든 세상을 확인하고 증명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식물과 냄새라는 키워 드로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김지수 작가와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